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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에드워드 김을 추모하며..

관리자 | 2019.07.14 21:41 | 조회 16307
애가
(에드워드 니콜라이비치 김을 추모하며..)

서걱하는 소리가 시린 전율되여
시퍼렇게 날이선 면도날 위를 기어갑니다
온몸의 회색 털들을 한올한올흘러 내리고
그만큼 딱 그만큼 그와 같이 보낸그 시간만큼
살과 뼈를 벌려 놓습니다

새하얀 살덩어리는 핏발선 폭군이 되여 모든 생각들을
찍어 눌러 버리고
조각난 뼈는 절규의 목구멍을 틀어 막아 버립니다

마침내 길을 잃어 당황하던 피들이 터져 나와
그와 했던 모든 시간들이 붉게 폭발합니다

2019년 5월 15일 김천 내려가는 KTX기차
하늘색 파란패브릭 의자에 앉아
손때가 묻은 낡은 지갑에서 380키로로 달리는 추억들이 붙이쳐 반짝 이는 것은
빨강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서 있는아내의 고른 이빨 때문 입니다
그리고 그는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낡은 지갑 속으로 들어갑니다아마 아내는 고기 만두국을끄려 놓은 모양입니다
미소에 따뜻하고 익숙한 포만감이 배어 나오니까요
하지만 기차가 덜커덩거리며 정차하면 그는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시는 이유가 무엇인지?물어 보았습니다
돈이 되는 것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한국과 러시아를 위해서라든지, 그들의 친선을 위해서 라든지,고려사람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든지,
가족들을 위해서라든지, 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자학적이며자기 모순적인 주제들로 인생을 망치고 있냐고?
그냥 좋다고 합니다
그냥 이런 일 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이런 일은 과정이 힘들수록 결과가 나오면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웃습니다
그러다 다리를 부여잡고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고통에 대항합니다

2019년 5월 15일 서울 올라가는 길

기차역으로 갈려면 한참을 걸어 가야 했습니다
오늘 만난 회사는
조금 외진데 있어 택시가 잡히지 않아 기차역까지 걸어서 가야 합니다
한발, 한발그리고 다시 한발, 한발,허리를 펴고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발 다시 한발 그가 낡고 녹슨 철사펜스를 잡고 기대자 철사펜스는 그 손에 자지러지게 놀라며소리지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발
에드워드 형님도 참 대단하시네요,
이젠 뭐 존경심까지 들어요!
한국 그렇고러시아도 똑똑한 사람 많으니서로 서로 알아서 잘할 텐데 굳이 이렇게 오지랖을 부려 얼마 남지 않은 삶 그렇게 낭비하고 싶으세요?
‘나는 길에서 죽었으면 해,끝까지 싸우다 길에서 죽을 거야’
그리고 한발, 한발 걸어 갔습니다

2019년 7월14일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
온전히 그를 위해 봉헌한 미사에
천사들이Enojusa의 “꽃”을 노래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한송이 꽃이 되여 따스한 햇살 품으로
바람이 불어 꽃씨 날리면 이 세상 온 마음 가득히 향기 가득하네”.

존경하는 에드워드 형님을 생각하며

박종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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